4월 마지막 주차의 기록이다.
4/27
헬스를 시작했다. 내 인생에서 운동의 역사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편이다.
막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하고 별의별 운동은 다하고 다녔는데,
언제부턴가 사는게 바빠서 운동을 안 하게 되었다.
아마 고등학교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N수 때 몸을 아예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일이 없었다.
근데 스트레스는 먹는 걸로 풀었으니... 키가 옆으로 쑥쑥 컸음.
작년에 건강검진을 갔는데, 의사가 ‘아직 젊으신데... 신체 나이가 40대네요...’ 하더라.
충격 먹고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근데 그때만 해도 군입대 이슈로 한창 고민이 많을 때였는데,
1년 끊어봤자 어차피 입대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고,
어차피 운동은 군대 가서 하면 되지~라는 생각도 있어서 그냥 욜로 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여차저차 해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헬스 시작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체력 이슈다.
살아온 흔적이 이렇다보니 진짜 30초만 뛰어도 숨이 찬다.
근 3~4개월동안 외출이 잦았었다.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고 해서,
처음에는 밖에 싸돌아다니는 게 정말 힘들었다.
이틀 연속으로 약속이라도 잡히면 집에 와서 그냥 혼절해버렸음.
근데 이렇게 3개월동안 지내니까 뭔가 적응이 되더라.
확실히 자주 나다니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늘었다는 게 느껴졌다.
근무지서 퇴근하고 나서도 안 뻗고 과제를 할 수 있게 되었음.
그래서 운동을 시작하면 내가 덜 힘들게 살 수 있겠구나-라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대면 수업 전환에다가 거리두기 해제로 나갈 일이 많아지는 걸 대비해서
미리미리 체력을 좀 챙겨놔야겠다는 생각도 했었고.
지금 이 체력으로 주 5일 통학을 한다고? 홀리 씻 소리가 절로 나올 거다.
무튼 그래서 시작했다. 체력 이슈말고도 마이너한 이유들이 있긴 하지만,
굳이 여기서 다루지는 않겠다.
4/28
학회 정모
학회 정모를 가는 날이었다.
나름 새로운 통학 루트를 찾아본다고 요상한 길로 가봤는데,
결론적으로는 1시간 반 넘게 걸렸다. 앞으로는 네이버 지도만 믿어야겠다.
그 여파로 학교 수업을 내내 버스에서 들었다. 교수님 죄송해요
정모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아침점심저녁을 다 안 먹어서 탈진하기 직전이었다.
율촌 가서 닭칼국수(8000)에 메밀전병(4000) 시켰다.
와 양이 진짜 상당하더라. 역시 8천 원짜리 음식은 만만하게 볼게 아니다.
국물은 그냥 조개 우린 맛이다. 그냥 먹긴 그래서, 김치랑 같이 먹어야 잘 넘어간다.
개인적으로 김치 입맛도 까다로운 편인데(신김치는 어지간하면 안 먹는다.),
여기껀 갓 만든 김치여서 면이랑 같이 잘 먹었다.
양 하나만큼은 끝내줬다. 배부르게 먹었음.
그리고 콕 모임으로 갔다.
이런 대규모 모임은 대학 와서 처음 가본다. 즐거운 자리였음.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술게임을 살면서 그렇게 오래 해본 건 처음인 것 같다.
친해진 사람은 없지만 여러 사람들과 안면을 텄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재미는 있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기를 과하게 빨렸다.
집 오자마자 바로 쓰러져서 잤음.
4/30
마지막 출근날
오늘은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날이다.
그렇게 고된 일은 아니었고 학업과 병행하지 못할 건 아니지만...
내가 가진 시간의 밸류가 작년보다는 높아져서,
그것보다 더 가치 있는 곳에 시간을 쓰고 싶었다.
아니 평소에 공부도 안 하고 놀면서 그 시간 줄이고 하면 되지 않나요? 할 수 있겠는데,
그 시간은 약간 ‘고정 지출’ 같은 느낌이라... 논외로 치도록 하자.
이렇게 말을 했지만 사실 8월쯤에 다시 복귀해서 고3들 수능까지는 봐줄 예정이다.
내가 시작한 일이니 최소한 내가 맡은 부분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내년에도 이렇게 할 생각은 없다. 이래저래 바쁠 예정이라...
생각해보면 옛날엔 나름 이타적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냥 뭐 남들 잘되는 거 보기 좋고, 가르쳐주는 거 좋아하고.
근데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살면 손해 보는 식으로 되어가길래,
그냥 딱 내 바운더리 안에 있는 사람들만 신경 쓰는 식으로 바뀐 것 같다.
교육에 뜻을 가졌던 건 아마 그 먼 과거에 대한 흔적이 아닐까 싶다.
내년에도 애들 가르치고 있을까?
사실 이 일 하는 건 재밌어서도 있지만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라 그런 것도 있다.
만약 개발로 돈 벌 일이 생기면... 잘 모르겠다. 애초에 돈 벌 수는 있나?
수능 물리든 수능 국어든 이미 해온 것들이 있고 증명한 것들도 있지만
개발 분야에서 상위 4퍼센트 안에 들면서, 돈 받고 일할 수 있는 곳까지 찾기는...
아무튼 생각이 많아진다. 여기서 끊겠다.
댓짱돈까스 본점 방문기
아 그리고 마지막 출근 기념으로 돈까스를 사먹었다.
돈까스단 수장으로서 돈까스 방문 후기는 남겨야 하기 때문에 마저 쓰도록 하겠다.
댓짱돈까스 본점이다. 두 번째 방문이다. 처음에는 동료 형님과 같이 방문했다.
돈까스 미식가들이 찾는 집이라기보다는, 가족 모임이나 약속 장소로 인기가 많은 듯하다.
무튼 저번에는 근무하다가 급하게 나와서 먹은 거라, 맛을 다시 한번 느껴보려고 재방문하게 되었다.
시그니쳐 메뉴 중 하나인 장군 정식(15,500)을 시켰다.
히레 한 줄 + 생선까스 한줄 + 장군우동 + 주먹밥이 나온다.
히레는 뻑뻑함 없이 부드럽고 맛있었다. 튀김옷도 너무 딱딱하거나 두껍지 않고 적당했다.
내가 히레를 잘 안 먹어서 대조군이 부족하긴 한데,
비교를 해보자면 카미야보다는 높고 정돈보다는 아랫급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생선까스는... 내가 사실 생선까스를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다.
이유는 급식에서의 트라우마다. 정확하게는 생선까스보다 타르타르소스를 극혐한다.
거기에 느끼하고 식고 비린 생선까스 + 느끼한 타르타르소스 조합이 싫었던 것 같다.
그래도 리뷰를 찾아보니 생선까스를 잘한다고 해서 한번 도전해봤다.
후기는 음... 그냥 뭐 맛있는 생선까스네 그런 느낌이다.
확실히 맛있다 보니까 예전처럼 그렇게 큰 거부감은 없었다. 타르타르소스도 낫배드.
포슬포슬한 살에 바삭한 느낌을 주는 건 맞는데 나라면 그냥 로스로 먹을래.
돈까스 소스는 딱히 특별한 점은 없었다.
산미보다는 공장제 특유의 달짝지근한 맛이 더 강했다.
이 정도 급에서 공장제를 쓸 것 같지는 않고,
아저씨들이 많이 오다 보니 이런 맛을 택한 것 같다.
전반적으로 모임 장소라는 특성을 고려해서인지 ‘무난무난하다’ 라는 느낌이 강했다.
육향이 강하지도 않았고, 튀김옷도 적당했고, 소스도 과하게 무난했다.
특별한 맛을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했을 수도 있을 듯.
오히려 우동 쪽이 더 특별했다고 할 수 있다.
우동에는 장군우동과 기쯔네우동이 있다. 기쯔네우동은 일반적인 그 유부우동이다.
장군우동은 고기를 넣고 매콤하게 끓여낸 우동이다. 여기서 상당히 감동받았다.
사실 15000원이면 프리미엄 돈까스의 엔트리급인 정돈을 갈 수 있는 가격이다.
아무리 ‘정식’이라고 해도 돈까스가 그리 감동적인 맛은 아니라는 것에 약간 실망했었다.
하지만 우동을 먹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솔직히 우동이라고 하기엔 우동 면만 들어가 있고,
국물이 육개장 + 매콤한 고깃국 맛이었다. 그 자극적인 느낌 없이 얼큰한 그 맛...
면발이 일반적인 우동에 비해 상당히 두꺼운 편이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공장제...는 아닐 것으로 추정된다.
우동 양도 생색만 내는 게 아니라 푸짐하게 나와서, 돈까스보다 우동 먹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우동이 빈약했다면 돈까스는 무난하기만 하고... 딱히 특별한거 없는데? 싶었겠지만,
우동과 조그맣게 나오는 주먹밥을 먹으면서 배부른 상태로 나올 수 있었다.
돈까스 퀄리티만 보고 가는 것은 비추,
다만 적당한 퀄리티의 돈까스에 맛있는 우동과 주먹밥으로 배를 채우고 싶다면 추천한다.
5/1
우물 안 개구리가 말하는 ‘계기의 불가지론’
세상에는 대단한 사람이 너무 많다.
지금이야 대학교라는 작은 공간에서 있으면서 사소한 것 하나만 이뤄내도
마치 엄청나게 대단한 업적이라도 이룬 양 자랑스러워하고, 만족스러워하고.
이 정도면 평균 이상 하는 편 아닌가? 했는데, 응 아니더라.
이번 학기 마친 뒤 휴학하고 도전해볼 이런저런 대외활동을 알아보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어마 무시한 사람들의 후기글들을 보게 된다.
가끔은 ‘아니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지?’라는 생각도 들더라.
그런 글도 봤다. 대학교 내내 펑펑 놀다가,
정신 차리고 개발 시작해서 네카라 개발자 취업 성공한 후기.
나도 똑같았던 것 같다. 그냥 놀았다.
그러면서 언젠가 나에게도 계기가 오겠지- 하고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
그러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러다가 평생 그 ‘계기’만 찾다가 뒤지는 거 아닌가?
그 계기라는 거, 애당초 없는 거 아니야?라는 의심을 품기까지 1년,
계기가 없어도, 일단 뭐라도 해야 된다는 걸 깨닫기까지 또 1년,
결국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다 그렇게 산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도합 3년이 걸렸다.
언젠가 계기가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아닐 수도 있고.
있을 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것에 목메면서 사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
그걸 차치하더라도, 계기를 발견한다고 해서 열심히 한다는 보장은 또 어디 있는가?
그래서 계기는 복권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운이 좋아서 ‘모든 것을 바꿀 계기’를 찾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도 하고,
누구는 운이 안 좋아서 평생 그 계기만 기다리다가 실패한 인생을 살고...
하지만 누구는 사소한 계기를 발전시켜서 큰 계기로 만들기도 하더라.
인생의 터닝 포인트 없이도 항상 꾸준하게, 목적성 있게, 계기를 만드는 사람들.
장기적 목표로서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개발이 재밌어서 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이게 내 길이다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 하나 없이도, 자기 위치에서 자리 잡고 성공한 인생 사는 사람들 많더라.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고, 사소한 계기를 잡아내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결론은 사소한 계기라도 변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거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개인의 역량이 강하게 개입된다는 것. 성실, 노력, 습관, 관성...
우연적 요소를 필연적 속성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정규분포 : 간사함에 대한 메타인지
가끔 위로의 말들이 있다. 뭐 열심히 안 한다 별거 아니다 하지만,
네가 잘하는 사람들만 봐서 그런 거다.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 등등...
근데 사람 마음이란 게 간사해서, 실제 ‘남들처럼’과 내가 원하는 ‘남들처럼’이 다르다.
‘남들처럼 살고 싶다’라는 말엔 ‘(내가 부러워하는) 남들처럼’이 생략되어 있다.
무튼 그런 간사한 사람이 되려면 노력의 평균치도 ‘내가 부러워하는 남들’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나도 그 간사한 부류 중 하나인지라 상위 x프로에 있으면서도,
플러스 마이너스 20의 표본들을 보며 그게 세상의 평균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그런데 염치없게도 x 부근의 삶을 원하면서,
노력은 그에 한참 못 미치게 하는 것도 ‘새로운 간사함’ 아닐까?
결국 이러나저러나 세상 사람들은 다 간사함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격이다.
알고리즘, 조금은 더 열심히...
PS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 아티클을 하나 보면서 갑자기 든 생각인데,
조금 규모가 있는 대외활동하려면 코테가 필수인 것 같다.
소마도 그렇고... 뭐 학부생 활동은 아니지만 싸피도 그렇고...
왜 이런 생각을 했냐면,
예전에는 그냥 지금처럼만 하면 졸업할 때쯤에는 코테 뚫을 수준 되겠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요즘에는 학부생이 참여할 수 있는 대외활동 중에서도 코테 쳐야 되는 게 꽤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마... 지금이야 정말 높은 벽이지만,
군대에서 경력 단절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SW 개발병 지원 시 우대)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고민이 많이 된다...
무튼 휴학하고 이런저런 것들 하기 위해서라도 진짜 알고리즘 실력은 필수인 듯.
뭐 이래 놓고 스터디 과제 전날에 부리나케 강의보고 백준 풀겠지만...
더 이상 ‘아 취준 때 하면 된다고 ㅋㅋ’ 하면서 미룰 핑계 하나 없앤 게 어딘가... 싶다.
여담
이번 주에는 뭔가 쓴 게 많다.
몸이 편하면 생각이 많아진다. 생각이 많아지면 글이 길어진다.
그러니 주간 근황 포스팅의 길이는 내 게으름과 비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게으르게 사는 것도 문제지만 게으르게 살면서 걱정은 걱정대로 하는 것도 문제다.
이번 주도 인생의 아이러니에 대해서 열심히 ‘실천적 고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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